세기말 밤, 해성시의 운명이 걸렸다
1999년 섣달그믐, 구원영생교가 퍼뜨린 종말론적 공황의 실체는 Y2K 공포가 아니라, 한 남자의 불멸을 향한 집착이었다.
7회부터 최종화까지, 〈원더풀스〉는 내내 웃기다가 갑자기 심장을 쥐어짜는 그 특유의 리듬을 포기하지 않는다.
언정과 팀은 하 박사 수하의 초능력자 ‘분더킨더’와 정면충돌하고, 하 박사는 채니를 핵심 타깃으로 삼아 엔드게임을 가동한다. 7회는 모든 캐릭터를 한계까지 밀어붙이며 끝나는데, 액션 안무만큼은 시리즈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채니가 죽었다고? 잠깐만
최종화에서 하 박사는 해성시 전체에 불법 약물을 살포해 새 실험체를 만들려는 계획을 세운다. 채니는 도시를 구하기 위해 약물 비행선과 함께 공간이동을 강행하며 스스로를 희생한다. 모두가 그녀의 죽음을 슬퍼하던 49재 날, 채니가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오며 드라마는 훈훈한 마무리를 맺는다.
근데 이 장면, 진짜 미쳤음.
채니가 살아 돌아올 수 있었던 건, 그녀가 바로 불멸의 ‘영원의 아이’였기 때문. 알고 보니 어린 시절 할머니 김전복 여사가 1초마다 죽고 살기를 반복하던 ‘영원의 아이’의 심장을 채니에게 이식한 것이었고, 채니는 죽음의 고비를 넘기며 ‘재생 능력’까지 완전 각성해 버린다.
할머니 김전복의 비밀이 모든 열쇠였다. 이 반전은 클라이맥스 한복판에 터지면서 시리즈 전체를 다시 읽게 만든다 — 전복 여사 본인도 영원의 아이와 연결된 초자연적 혈통과 닿아 있었으며, 그 힘을 스스로 억누르고 조용히 살며 채니를 지켜온 것이었다.
언정은 이번에 달랐다
이번 최종화의 언정은 방관자가 아니라 완전한 참전자로 등장한다. 그의 능력은 결정적 순간에 발현되는데, 이런 편리한 타이밍은 자칫 작위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원더풀스〉는 8회 내내 쌓아온 ‘마지못한 소속감’이라는 토대 덕분에 그걸 납득시킨다. 채니 곁에 서는 그 순간은 플롯 장치가 아니라 필연처럼 보인다.
유인식 감독에 따르면 이 결말은 “왜 자신에게 능력이 주어졌는지를 진정으로 고민한 자만이 그 힘을 올바르게 쓸 수 있다”는 시리즈의 핵심 메시지를 담는다.
쿠키 영상 그리고 그 남자의 눈이 떠졌다
하 박사는 최후의 전투에서 사망한 것처럼 보이지만, 에필로그는 석주란이 채니의 혈액에서 추출한 액체를 몰래 주입했음을 보여주며, 그의 상처가 빠르게 아물고 그가 되살아난다.
감독 유인식은 이 열린 결말이 〈원더풀스〉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방대한 세계를 암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설계된 것이라 밝혔다.
시즌2 떡밥? 노골적으로 심었다.
배우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박은빈의 다재다능함은 익히 알려져 있지만, 이번 최종화에서 관객을 가장 놀라게 할 인물은 차은우다.
처음엔 비주얼만 열일하는 것 같았는데, 뒤로 갈수록 감정 연기 포텐이 터진다. 사회성 제로 원리원칙 공무원이지만 아픈 과거 상처가 있는 서사가, 그 얼굴과 조합되니 몰입도가 다른 차원이다.
반론도 있다.
빌런과 음모 플롯이 앙상하다는 지적, 최종화가 지나치게 서두른다는 평도 엄연히 존재한다.
최근 넷플릭스 K드라마들의 고질병인 급격한 편집과 불완전한 엔딩은 이 작품에서만큼은 다행히 나타나지 않는다고 Screen Rant는 평했지만,
빌런의 동기가 좀 더 쌓였더라면 카타르시스가 두 배는 됐을 거다. 아쉬운 지점은 솔직히 거기다.
각 캐릭터의 초능력은 그들의 본모습을 끌어낸다. 채니의 순간이동은 세상을 보고 싶다는 갈망을, 로빈의 괴력은 억눌린 분노를, 경훈의 마비 능력은 삶에 발이 묶인 감각을 반영한다.
이 설계 하나가 최종화를 단순한 액션 배틀이 아닌, 사람 이야기로 격상시킨다. 그게 〈원더풀스〉가 글로벌 TOP 10에 오른 진짜 이유 아닐까.
캐릭터들의 개인적 성장과 촘촘하게 맞물린 복수의 서브플롯이 〈원더풀스〉를 2026년 손꼽히는 K드라마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